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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의 명랑한 경제]메신저피싱, 실제 당해보니…

"뭐해요?"

정말 오랜만에 가깝게 지냈던 대학 후배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동문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야, 정말 오랜만이야. 넌 어떻게 지내?"

마감을 마치고 때마침 한 숨 돌린 시간.
"OO이는 벌써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더라", "OO선배는 요즘 회사가 어렵다던데"



호들갑스럽게 밀렸던 동문들 안부를 묻고 전해가며 다섯 번쯤 문답이 오갔을 때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배는 그저 "잘 지낸다"는 말 외엔 묻고 추임새할 뿐 도통 근황을 전하지 않았다.
답변은 대개 'ㅋㅋㅋ'나 'ㅎㅎㅎ' 같은 의성어들.

학부를 졸업하고 나는 사회로, 그는 대학원으로 진로를 정했었다.
이후 한참 동안 후배는 시민단체와 함께 해외에서 활동하거나 연구소에 몸 담았다.
몇 번 얼굴 볼 시간도 없이 세월이 지나버렸다.

'너무 격조했나….'

반갑고도 미안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던 찰나.
고환율에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선배 얘길 묻는데, 그가 대뜸
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저 부탁이 있어요…. 들어주실 수 있나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좀체 어려움을 표내는 법이 없던 친구다.
갑작스러운 연락도 쉽지 않았을텐데 부탁할 게 있다니.
집안에 무슨 변고라도 있는걸까.
짧은 순간 머릿속에선 세계 금융위기, 주가 폭락, 실직같은 비관적인 단어들이
휙휙 스쳐갔다.

"얘기해 봐. 아니다, 전화로 말하자."

당장 전화를 걸었다.
이상하다, 받지 않는다.
그 사이에도 대화창엔 "급해서 그런다", "모레 돌려주겠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읍소가 이어졌다.
기운이 쭉 빠졌다.
말로만 듣던 '메신저 피싱'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샜다.
어디까지 하는지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얘길 끌었다.
"전화로 얘길 하자"고 하니 "동생이 가지고 나갔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결국 "남의 아이디를 도용해 돈을 요구하는 건 범법이다. IP를 추적해 고발하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후배 사칭범은 접속을 끊었다.

'진짜 후배'에게 연락이 온 건 한 참 뒤다.

내가 남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보고 연락해온 그는 되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쩐지 이상하다"고도 했다.
그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동문은 나 뿐이 아닌 모양이었다.
저간의 사정 얘기에 그는 아주 겸연쩍어했다.
그리고 30분이 지났을까.
후배는 경찰서에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를 걸어왔다.

온라인에서 이뤄진 훈훈한 재회는 그렇게 블랙코미디로 장르를 바꿔 끝을 맺었다.
나는 후배에게, 후배는 내게 잘못한 일도 없이 참으로 머쓱해졌다.

춘삼월, 창 밖엔 개나리가 한창이다.
비주얼만 보면 완연한 봄.
그런데도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2월엔 일자리가 14만 개 넘게 줄었고, 구멍가게 주인들이
줄줄이 가게 문을 닫았다.
하루 품을 팔아 사는 이들은 인간다운 삶의 밑바닥까지 내동댕이쳐졌다.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인정을 건드려 돈을 뜯어내는 '관계지향형 사기'가 판을 치는 건.
이런 종류의 범죄는 어려운 시기에 세상살이를 버티게 해 주는 보루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 죄질이 나쁘다.
'세상은 요지경이지만, 너와 나를 의지하며 하루를 살아보자.'
첨단 기기가 잇는 인간관계에 기댄 '피싱 범죄'는 그런 소박한 마음들을
무참히 짓밟는다.

한바탕 소통이 마무리되고 난 뒤 같은 날 오후.

기억이 가물가물한 중학교 동창에게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기사를 보고 적는다며 들뜬 기색이 역력한 편지글.
근 20여년 만인데, 반가워야 마땅한데 '회신 기다리겠다'는 그 편지에 어찌된 일인지
나는 아직도 답장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본글
이글루스 가든 - 이뉴이트의 사진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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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돌이 | 2009/03/26 19:31 | 퍼온 글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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